캐딜락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오랜 역사와 함께 자동차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중에서도 ‘캐딜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 요소는 바로 ‘지느러미(Tail fin)’일 것이다.
‘지느러미’라는 이름 때문에 상어를 비롯한 어류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캐딜락’의 지느러미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대적 배경이 숨어있다.
비행기 시대의 바람, 자동차 디자인에 불어오다
1940년대는 비행기의 시대로 불린다. 2차 세계 대전과 함께 전투기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다. 이러한 영향은 여러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의 디자인에 명확한 흔적을 남긴 것이 바로 캐딜락의 꼬리 ‘지느러미’다. 자동차 디자인도 비행기의 인기 아래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1949년 캐딜락 시리즈 62에 사용된 지느러미 디자인에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
록히드마틴사의 P-38 라이트닝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이 지느러미는 자동차에는 최초로 지느러미가 도입되어 디자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50년대, 지느러미가 주름잡다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던 1950년대, 캐딜락의 지느러미는 점점 더 큰 형태를 갖추게 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기술적 발전이 더해져 자동차 디자인에도 혁신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때의 캐딜락은 그 중심에서 지느러미를 키워나갔고, 1959년 그 크기는 그 정점을 찍게 된다.
당시 모델을 보면 지느러미를 필두로 하여 전면부터 후면까지 모든 부분에서 화려하고 과장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바퀴거리는 130인치, 전체 길이는 225인치에 달하며, 차량 무게는 5000파운드를 넘어섰다. 이 육중한 금속 덩어리를 움직이기 위해, 엔진과 출력도 엄청나게 업사이징 되었다.
기능성에 대한 의문과 지느러미 디자인의 황혼기
모든 패션과 트렌드에는 끝이 있다. 1960년대, 당시 기능성보다는 심미적 요소로써 인식되던 지느러미는 그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자 필요성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캐딜락의 큰 지느러미로 인해 사고를 당했다는 일종의 도시 괴담도 돌아다닐 정도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1961년부터 1964년에 걸쳐 캐딜락은 본격적으로 지느러미 디자인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5년, 쿠페 드빌 모델을 마지막으로 지느러미는 캐딜락 디자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시대를 풍미한 자동차 디자인이 간직한 것
비록 20여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유행한 ‘지느러미’ 디자인이지만, 그 기억은 아직도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의 마음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단순히 예쁘고 독특해서가 아니다. 디자인의 변화라는 측면을 넘어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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