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부는 전동화 바람에도
절대 V12 엔진은 포기 못 한다?
럭셔리카와 슈퍼카 간의 ‘국룰’
페라리 12 칠린드리,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애스턴마틴 뱅퀴시. 전동화 전환 바람이 쓰나미처럼 세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모습을 드러낸 V12 모델들이다. 이는 전동화 전환과 다운사이징, 수소 파워트레인 돌풍 등에도 여전히 12개의 피스톤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먼저 페라리는 지난 5월 30일 국내에 12기통 플래그십의 명맥을 잇는 ‘12 칠린드리’를 공개했다. 12 칠린드리는 페라리 브랜드의 헤리티지 요소인 12기통 엔진, 2인승을 제대로 담은 모델이다. 125s부터 250GTO, 슈퍼패스트, 356 GT4 BB, 테스타로사 등 페라리 V12의 계보를 이어가는 모델이기도 하다.
페라리 12 칠린드리
발전시킨 V12 적용
12 칠린드리는 전작인 812 슈퍼패스트의 배턴을 이어받아 편안한 일상 주행을 지향하는 페라리 로마와 드라이빙 정점에 놓인 SF90 스트라달레 중간에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엔진이다. 페라리는 단순히 전작에서 사용됐던 V12를 그대로 이식하지 않고, 812 컴페티지오네에서 파생된 V12 엔진에는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 방식의 밸브트레인 등 F1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높이는 등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람보르기니 또한 12기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전환 작업에 더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하는 등 V12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슈퍼 커패시터’. 시안에 최초로 적용된 슈퍼 커패시터는 일종의 콘덴서로 순간적으로 모인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급 브랜드의 많은 관심
롤스로이스도 ‘V12 최고’
최근 애스턴마틴도 국내에 12기통의 명맥을 잇는 ‘뱅퀴시’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애스턴마틴은 신형 뱅퀴시가 111년의 애스턴마틴 역사상 가장 강력한 V12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뱅퀴시에 탑재된 V12 엔진은 5.2리터(ℓ)로 최고출력 853마력, 최대토크 1000Nm을 발휘한다. L당 출력 역시 현재까지 양산된 애스턴마틴 GT카 중 가장 강력한 160마력에 이른다.
럭셔리카 브랜드 역시 V12 엔진을 고집한다. 롤스로이스는 스펙터라는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V12가 탑재된 모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 공개된 컬리넌 시리즈 Ⅱ는 그 흔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없는 모습이었다. 블랙 배지 컬리넌 시리즈 2는 6.75ℓ 트윈터보 V12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600마력, 900Nm에 달한다.
가격 등 리스키해도
“그게 정체성이니까”
전동화 전환 붐에도 불구하고 12기통 엔진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12기통 엔진을 유지하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판매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개발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기통을 유지하는 것은 대부분 ‘상징성’을 위한 것이다.
12기통 엔진은 단순히 큰 배기량에 기통수가 많은 엔진에 불과하지 않다. 자동차 엔진 역사 속에서 12기통 엔진은 출력과 성능과 같은 숫자로 한정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12기통 엔진의 명맥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슈퍼카 브랜드, 럭셔리카 브랜드는 비록 생산 단가가 높고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12기통 엔진 개발을 지속하면서 특유의 감성과 성능, 그리고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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