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는 한때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차량으로, 원박스 형태의 승합차를 부르는 말이다. 학원차부터 가정용, 심지어 레저 용도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봉고차를 도로 위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추억 속 봉고차,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봉고차 화려한 등장, 승합차의 아이콘이 되다
1980년대 초,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은 상용차와 승용차가 확연한 경계를 두지 않던 시기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기아산업(현 기아자동차)은 봉고(Bongo)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단순히 화물을 나르는 것을 넘어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승합차로도 활약, ‘봉고 미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대가족이나 학원 차량, 심지어 레저용도로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1981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봉고 미니버스는 1986년까지 약 9만대를 생산, 국내 승합차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봉고의 직계 후손들은 선조의 명성을 이어받지 못했다. 특히 봉고의 뒤를 있기 위해 야심을 갖고 출시한 ‘베스타’와 ‘프레지오’는 다양한 결함으로 뒤쳐져, 결국 봉고 미니버스의 위치를 대체하지 못했다.
안정성과 봉고차
2010년대 들어, 이런 원박스 형태의 승합차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원박스카는 크럼플 존(Crumple Zone)이 존재하지 않아 충돌 시 생존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서유럽에서는 일찍이 원박스카의 생산을 지양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인식의 변화로 인해 이러한 차종의 인기가 점차 떨어졌다.
미니밴 시장의 고급화
두 번째 이유로는 ‘미니밴 시장의 고급화’가 있다. ‘스타렉스’와 ‘카니발’의 등장으로 미니밴 시장에 고급화의 바람이 불었고, 이로 인해 기존의 원박스카는 더 이상 시장에서 입지를 지킬 수 없었다. 승객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미니밴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원박스 형태의 봉고차나 그레이스, 이스타나 같은 차종은 생산을 중지하게 되었다.
안전 법률의 강화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권에서도 차량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법률이 강화되면서 원박스카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차량 안전 기준을 강화하며, 이런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추억의 봉고차가 남긴 것
봉고차가 주는 그 추억과 편리함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높아진 안전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더 이상 대한민국 도로 위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변화는 곧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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