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3대 명물은 재즈, 시가, 그리고 ‘올드카’이다. 여행자에게는 더 없이 낭만적인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드카 덕후들에게는 한번쯤은 꼭 찾아야 하는 성지로 불린다.
하지만 쿠바가 올드카 천국이 된 배경에는 슬픈 속사정이 있다.
자동차 수입이 금지된 나라
쿠바의 올드카 역사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1961년 미국과의 수교가 단절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에만 해도 미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 중 하나였던 쿠바는, 수교 단절과 무역제재로 인해 더 이상 수입을 할 수 없었다. 쿠바 내부적으로도, 1960년대부터 201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외화 유출 방지라는 명목으로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쿠바인들은 자동차의 부품을 직접 수리해 수십 년을 써왔다. 수입이 안되는데다 공산품도 현저히 부족하고, 자체적인 생산을 할 여건도 되지 않으니 기존의 제품들을 열심히 고쳐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신차는 그림의 떡, 현대차 SUV가 ‘4억원’
수입 규제가 다소 완화된 지금도 차를 사는 것은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고차도 4만 달러에 이르는 가격이 대부분이다. 수입 신차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800%에 달하는 관세 폭탄으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중형 SUV의 가격은 4억원에 달한다.
1인당 GDP가 만 달러 정도에 불과한 쿠바인들에게 새로운 차를 사는 것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따라서, 1595년 쿠바 혁명 직후부터 자동차는 쿠바인들의 ‘보물 1호’가 됐고, 현재에 이르러선 고쳐 사용하며 집안 대대로 물려져 내려왔던 자동차들이 흔해진 탓에 ‘살아있는 올드카 박물관’으로 불린다. 그렇게 ‘올드카 투어’는 쿠바 최고의 인기 관광 상품이 됐다.
형형색색의 올드카, 백 투 1950
배경이 이렇다보니, 쿠바의 올드카들은 1950년 대 부근의 모델이 많다. 따라서, 지독한 매연은 물론이고, 에어컨이나 안전띠와 같은 기본적인 것도 부족하지만 낭만 하나는 올드카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6만 대 가량의 클랙식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포드(Ford), 쉐보레(Chevrolet), 크라이슬러(Chrysler)부터 2004년에 생산을 중단한 올즈모빌(Oldsmobile)까지 다양한 올드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련 시대의 라다(Ladas)나 볼가스(Volgas)도 인기있는 차종이다.
각 종 영화, 예능 촬영지로 인기몰이도
이러한 올드카들을 비롯해 비교적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보니, 영화나 예능의 촬영지로 친숙하다. 영화 <대부 2>, <분노의 질주8>, <아이리시맨>이나 드라마 <남자친구>, 예능 <1박 2일>, <트레블러> 등 다양한 콘텐츠의 배경이 되었다.
이렇게 독보적인 매력으로 관광객들과 미디어를 유혹하는 쿠바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 차’를 몰아보는 것이 꿈이라는 쿠바인들. 올드카 마니아들에겐 아쉽겠지만, 하루빨리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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